[안전파수꾼] 토론식 안전교육이 훨씬 효과 커 |
토론식 안전교육이 훨씬 효과 커
호두과자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제과점에서 일어난 일이다. 계산대 주변에는 선물용으로 포장된 상자들이 깔끔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뒤쪽으로 매장과 격리된 공간에서는 제빵 기계설비가 작동되고 있어 구수한 냄새가 시장기를 재촉했다. “식사 대용으로 매장 테이블에서 먹고 간다"면서 음료와 함께 주문했다. 예쁜접시에 올려진 갓 구워낸 빵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잠시 후 선물용 포장상자와 음료가 플라스틱 쟁반에 놓여 제공되었다. "어! 이게 뭐지?" 하는 표정으로 눈을 마주쳤는데 포장상자하나를 통째로 전자레인지에 따뜻하게 데웠다"고 했다. 판매자의 무성의로 인해 기다리면서 한껏 기대했던 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그냥 헛웃음만 간간이 뱉으면서 허기를 때웠다.
한 사업장에서 안전문화를 주제로 1일 과정의 안전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매번10~15명 정도가 참석했는데, 교육 후 이들이 작성한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에 마음이 움직여 사업장의 안전교육 방식을 되돌아보게 했다.
서술형으로 작성한 소감에서 의외로 토론식 안전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수동적 역할이 아니라 특정 주제에 대해 서로 토론하면서 결론을 만들어 가는 능동적 방식이었는데, 평소 회사의 제도와 관행에 대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음으로써 가슴이 탁 트였던 것 같았다.
물론 토론그 자체를 낯설어하는 모습이나 견해차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 곳곳에서 보이기도 했다. 모든 참석자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아니었으나, "토론식 과정을 정기적으로 반복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걸 보면서 관리자들이 주도하는 안전교육의 한계가 여실히 느껴졌다.
안전문화를 진단할 때 널리 사용되는 듀폰의 브레들리 모델은 "반응적의존적-독립적-상호의존적' 등 4단계로 설명하는데, 관리자들이 주도하는 상황을 '의존적 단계'로 구분한다. 용어에서 느껴지는 대로 안전활동에서 근로자들은 회사의 방향성과관리자들의 역량에 의존하는 수동적 존재가 된다. 다음 단계는 근로자 개개인의 의식적 안전활동이 두드러지는 '독립적단계'다. 근로자 스스로가 안전활동의 주체가 된다. 관리자가 현장에 있건 없건 상관없이 스스로 자신의 안전함을 확인하면서 작업을 수행하는 단계다.
안전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기업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구간이 바로 '의존적'에서 '독립적' 단계로 옮겨가는 과정이다. 사업주의 의지나 관리자의 열정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장벽이 놓여 있는데, 안전에 대한 근로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만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의 의미를 이해해야 안전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직무만족도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한결같이 지시를 받아서 수행하는 수동적인 역할보다는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으로 옮기는 역할에서 매우 높게 나온다. 경영학에서도 '욕구단계론'을 통해 '인간은 궁극적으로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에서 인정받고싶어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뜻을 실현하는 것을 추구한다'고 한다. 안전교육에서도 근로자들이 능동적 역할을 선호함은 인간의 본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업장의 안전교육을 되돌아보면, 대부분산업안전보건법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을 충족시키기에 급급한 듯하다. 안전교육 과정을 계획하는 관리자가 정작 그 대상인 근로자의 의견을 묻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자체적으로 역량을 갖춘 강사를 양성하기보다는 직급과 근속연수가 있는 관리자들에게 안전교육을 의존하려 한다. 또한, 이런저런 이유로 외부 교육기관을 활용할 때에도 경제성이 우선되기 일쑤다. 여기서 협력업체의 산업재해율이 사업장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교육에 대한 근로자 인식과 교육장 환경까지 더해서 전체적으로 본다면 현재 사업장의 안전교육은 교육의 효과성보다는 교육과정의 완료에 더 의미를 두는 것 같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이쯤 되니 산업안전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필자의 생각도 복잡해진다. 나도 호두과자 제과점 직원처럼, "손님의 기대보다는판매자의 편의성을 내세워 오진 않았는지?"이참에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겠다.
최준환 DuPont Global Manufacturing SHE - Asia Pacific Region 듀폰코리아(주) 이사 / 전기안전기술사 / 산업안전지도사 최준환 울산과학대학교 겸임교수/ 기술사·듀폰산업안전연구원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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