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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소식/전문가 기고

[안전파수꾼] 산업안전과 근로자의 선택

 

[안전파수꾼] 산업안전과 근로자의 선택

근로자의 안전은 일차적으로 ‘근로자 본인의 책임’이라고 하면 근로자들은 심정적으로는 어느 정도 동의하면서도 ‘책임’이란 용어 때문에 거부감을 보이곤 한다. 하지만 안전성과가 뛰어난 다수의 글로벌 회사에서는 근로계약서에 안전하게 일하는 것을 고용조건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직원들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으로 작업의 안전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결과적으로 회사는 탁월한 안전성과를 유지할 수 있다.

수도권의 대형 사업장들에 특수설비 설치부터 시운전을 포함한 성능검증까지 수행하는 전문인력을 파견하는 회사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특별히 기획된 안전교육을 받기 위해 모인 40여명을 대상으로 본인의 작업환경에서 앞으로 24시간 이내에 사망 또는 심각한 상해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는지를 알아보았다. 교육장 바닥에 ‘아주 낮다’를 0부터 시작해서 ‘아주 높다’를 5까지 구분하고 “각자가 생각하는 단계의 숫자 주변으로 헤쳐 모여달라!”고 요청했다.

모두가 1~4 사이에 흩어져 모였다. 위험요인으로는 감전, 고소작업 등 몇 가지가 거론되었는데, 그중 심야시간 퇴근길의 졸음운전이 가장 공감대가 높았다. 높은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을 장시간 수행한 직후라 정신적인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에서, 밤시간에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1~2시간 정도의 자동차운전이 갖는 위험성을 실감하고 있었다. 사고기록을 살펴보니 파견되는 전문인력 개개인 모두가 회사 차량을 운전하는데, 사망까지는 없었지만 추돌사고나 접촉사고 등으로 물적 피해는 물론이고 신체 상해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파견지 사업장 가까이에 아파트와 같은 지정 숙소를 운영하고 있었고,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을 사용하는 경우 전액 지원을 해 주는데도 대부분의 직원은 심야시간대 졸음운전을 감수하면서까지 매일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호하고 있었다.

다른 사업장의 사례다. 자신이 수행하는 일상적인 업무에서 발생 가능한 사고 유형을 물었더니 대부분이 추락과 끼임, 그리고 감전사고를 꼽았다. 작업 수행 전에 툴박스미팅을 통해 작업방법과 필요한 위험 예방조치를 한다고 했다. 작업 관련 기록을 보면 매번 작업을 수행하기 전에 점검표를 활용하여 정형화된 위험요인들을 되돌아보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는 절차가 정착된 것처럼 보였다. 안전팀과 함께 현장에서 작업 전 안전점검 회의가 실제 어떻게 수행되는지를 관찰해봤다.

선임자의 주도로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추락 또는 감전 등과 같이 예상되는 위험요인에 대한 예방조치는 점검표상 확인일뿐,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었음을 작업자들이 구석구석 직접 확인하진 않았다. 예정된 작업을 완수하기에 넉넉하지 않은 작업시간임을 강조하면서, “매일 하는 작업이라 현장의 특성과 작업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선 사망사고가 수년 전까지도 드문드문 있었고, 재해율이 감소추세이긴 하나 상해사고가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었다.

회사는 사고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로서, “근로자 개개인에게 작업환경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으로 필요하다면 즉시 작업을 중단할 수 있다”고 절차서에 명시했다. 현장을 담당하는 관리자들도 작업중지권의 행사를 독려하는 분위기였지만, 관리자는 작업을 중지시킨 사례만 보일 뿐, 근로자 스스로 결정한 사례를 찾기는 어려웠다. 되레 “정말 작업중지가 잦아지면 회사가 감당할 수 있겠냐?”면서 오히려 회사를 걱정하고 있었다.

필자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임을 상기시키면서 “근로의 본질은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나와 가족의 행복추구가 목적이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돈을 확보하는 수단이 근로인데 근로를 제공하다가 의도하지 않게 재해자가 된다면 임금을 추구하는 근로 그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사업장의 안전작업 절차와 제도는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이행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근로자 개개인은 각자가 처한 환경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안전한 방안을 선택하는 용기 있는 행위가 개인의 행복추구는 물론이고 사업장이 기대한 성과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최준환
DuPont Global Manufacturing SHE - Asia Pacific Region
듀폰코리아(주) 이사 / 전기안전기술사 / 산업안전지도사
최준환 울산과학대학교 겸임교수/ 기술사·듀폰산업안전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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