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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소식/전문가 기고

투르키예 7.8지진에도 불구하고, 에르진시는 왜 한 건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는가?

 투르키예 지진에도 왜 에르진시는 한 건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는가? 

 

2023년 2월 6일 새벽 4시 17분에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 남동부 지역을 강타하였습니다. 도로가 갈라지고 건물이 무너지고 사상자만 수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1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강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튀르키예 하타이주 중심부에서 북쪽으로 110㎞ 떨어진 인구 4만2천 명의 소도시 에르진에서는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고 단 한 채의 건물도 무너지지 않아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외케슈 엘마솔루 에르진 시장은 현지언론에 "에르진에는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나 부상자, 무너진 건물의 잔해도 없다"라고 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에르진이 무사했던 건 도시 내 불법 건축이 없었던 덕분이라고 밝혔습니다. 엘마솔루 시장은 자신은 어떤 식으로든 불법 건축을 허용하지 않았다면서 이 때문에 반발을 자주 샀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에 당선된 직후 친척이 찾아와 불법 건축으로 벌금을 물게 됐다고 말하기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답하자 "튀르키예에서 당신만 고상한 줄 아느냐"라고 면박을 당했다는 일화도 전했습니다. 불법 건축은 튀르키예에서 이번 지진의 피해를 키운 대표적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1999년 만7천 명이 숨진 대지진 이후 내진 규제가 강화됐습니다. 또 2018년 규제가 확대돼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지역에서는 건축물에 고품질 콘크리트를 씌우고 철근으로 보강하도록 했지만 현장에서 이는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여기에다 불법 건축 건물주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대신 무허가 부동산이나 법 위반 건축물 등록을 허용하는 '건축 사면' 남발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출처 YTN 뉴스-

 

무너진 건물이 단 한채도 없는 에르진시


에르진시의 시장인 엘마솔루 시장은 불법 건축물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청탁과 정치적 공격을 받았을까요? 시장 본인이 시민들의 안전을 최우선 가지로 생각하고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과가 아닐까요?

 

1. 갈등

 우리 산업현장의 안전보건팀에 근무하게 되면 엘마솔루 시장의 입장과 비슷한 갈등을 겪게 됩니다. 안전보건 법규 준수에 대해 뚝심있게 밀어붙이다 보면 온갖 공격을 다 받게 됩니다. "왜 저 안전팀은 FM대로 일을 해서 생산속도도 나지 않게 하는 거지?"  "왜 저 안전관리자는 우리를 이렇게 귀찮게 하는 거지? 굉장히 짜증 나는 사람이야!" 이러한 불만들은 회사 내부에서 정치적 공격으로 이어져서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안전보건팀장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안전보건팀에 근무하면 숨만 쉬어도 욕을 얻어먹는 이유이겠지요. 이러한 갈등이 퇴사와 이직으로 이어지며, 안전보건 실무자들의 이직률이 높은 하나의 이유로 보고 있습니다.

 

2. 안전보건임원의 역할

 이때 회사 내부 경영진에서 안전보건팀에 대한 지원과 보호가 있다면 그나마 일할만한 안전보건팀이 될겁니다. 일부 경영진들도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안전보건팀의 경영진인 임원급이 생긴 지도 5년 전후부터입니다. 그전에는 안전보건 담당임원이 없었던 시대였으니까요. 전국의 실무자 분들과 상담을 해보면 안전보건 임원에 대한 갈등도 적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안전보건임원이라는 보직이 생긴 지도 5년밖에 되지 않아 대부분 안전보건실무진을 거치지 않은 외부 영입이거나 사내의 다른 조직에서 영입된 인력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임원들은 안전보건에 대한 역할보다는 정치적 성향에 에너지를 쏟게 됩니다. 정치적 관점에서 안전보건임원 역할을 하다 보니 외부 압력에 약해지게 되고 실무진들에 대한 지원이나 보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안전보건임원들은 법적 책임이 거의 없습니다. 안전보건책임자도 아니며, 경영책임자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관리감독자로서의 역할로 보기도 어려운 포지션입니다. 책임이 없다보니 안전보건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않게 됩니다. 그저 본인의 진급과 생존에만 에너지를 쏟게 되는 것입니다. 안전이 바로 설 수 없는 구조가 됩니다. 정부는 안전보건임원에 대한 관리체계를 확립해야 합니다. 그들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안전보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야 합니다. 

경영책임자 안전보건책임자 안전보건임원 안전보건팀
중처법 책임자 산안법 책임자 ?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위의 도표에서 보듯이 안전보건임원의 포지션이 애매하고 그들이 조직내에서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계단을 잘 올라가다가 한 개가 빠진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3. 정도를 걷자

 안전보건에는 타협이 없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습니다. 우리 산업현장에는 원 스트라이크제도, 투 스트라이크제도, 안전보건수칙 위반자에 대한 교육제도 등의 안전보건 수칙과 기준을 지키도록 유도하는 제도들이 많습니다. 과연 이러한 벌칙제도를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기업이 몇 개나 될까요? 한국은 "정"이라는 문화가 있어서 더욱 집행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타협을 하지 않고 규정대로 안전보건을 집행하면 회사 동료들이 우리를 좋아할까요? 대표이사님을 우리에게 칭찬을 하실까요? 정도를 걸으면 회사 인사시스템이 우리를 보호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갈등은 한 번쯤은 해 보셨을 겁니다. 

 안전보건 실무도 사회적 분위기에 맞추어 가야 하겠지만, 안전보건만큼은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인사시스템이 이들을 보호하고, 경영진에서 이들을 보호해 주어야 합니다. 안전보건 업무를 정치적 시각으로 해석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자들이 물러나야 하지 않을까요? 안전보건조직이 바로 서지 않는다는 것은 회사와 경영진이 안전보건을 올바른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 조직은 사고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4. 에르진시의 시장처럼 안전보건에 대해 정도를 걷는 자가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아래의 에르진시 엘마솔루 시장님보십시오. 얼마나 멋있습니까? 이번 대지진이 없었다면 수많은 공격에 시장자리에서 물러났을 수도 있었습니다. 퇴임의 리스크를 안고도 본인만의 뚝심 있는 안전보건에 대한 가치를 실현하여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 주셨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정부관료들, 안전보건 임원들도 이러한 생각으로 국가와 조직을 이끌어 주시길 바랍니다.   

본인의 실속만 챙기지 마시고 우리 젊은 세대들이 더 안전하고 행복한 시대를 살 수 있고, 더 나은 안전보건문화를 남겨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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