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파수꾼] 안전 분야 국가기술자격증의 중요성 |
아직도 산업현장이나 우리 주위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최근 화재현장의 소방관 죽음 소식에 더욱 애가 끓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가 계속되고, 이에 관련된 세미나와 교육도 줄을 잇고 있다. 법령의 불완전성에 기인하는 문제점을 토론하는 것과는 별개로 법령 그 자체가 주는 심리적 압박이 벌써 효과를 보고 있다는 해석이 마음에 와닿는다. 그 논의의 출발점이 되는 중대산업재해와 건강한 사회의 바탕이 되는 산업안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근로기준법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한 법률이다. 반면,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기준의 영역에서 안전과 보건 분야만 별도로 독립시켜 만든 근로기준법이 위임한 법률이다. 사업주가 취해야 하는 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들은 산업안전보건법의 부속법령인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에 설명되어 있다. 하지만 법률이나 제도만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어 보인다.
사업장의 작업환경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조성하기 위해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부과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조직을 통해 이행한다. 근로자는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를 따라야 한다. 그리고 직무에 따라 제공되는 안전보건교육을 통해 수행하는 작업과 작업환경에 내포된 위험성을 인지하면서 안전하게 작업을 마치는 역량을 키워 나간다. 이런 역할분담 구조에서 노동조합은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서 안전보건계획이 효과적으로 실행되도록 현장의 안전보건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무재해를 위한 활동은 소속 근로자의 행복권을 지켜주는 일차적 수단임이 틀림없다.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주체가 되는 안전활동으로 1970년대부터 보편화된 위험예지 활동이 있다. 하지만 그 위험성 예지가 안전보건규칙과 같은 체계적 법령에 근거하기보다는 근로자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했던 아쉬움이 있었다. 요즘은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는 위험예지 활동이 더욱 중요해졌다.
산업재해의 1차적 피해자는 근로자 자신이다. 따라서 회사와 노동조합이 진행하는 안전보건활동의 방향성에 맞춰 스스로가 위험 감수성을 높이려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근로자 개개인이 직무와 해당 작업장 환경에 관련된 안전보건규칙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 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학습범위를 조금만 더 넓히면 안전관리 분야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역량까지 갖출 수 있다.
운전면허증은 일상생활에서 주민등록증과 동급의 위상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약 3천200만 명이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다. 이는 운전면허를 가질 수 있는 18세 이상 국민 3명 중 2명꼴이고, 남녀 구성도 각각 60%와 40%로 크게 차이가 없다. 사회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운전면허증이 주는 편의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대다수 국민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국민자격증이 된 것이다.
산업인력공단의 통계를 인용, 국가에서 발급한 국가기술자격증의 현황을 살펴보자. 1974년 이후 발급된 산업기사를 포함한 전체 기사자격증은 410만 개 정도다. 직전 5년간(2015-2019) 발급된 수량이 70만 개(17%)인데 이 가운데 안전관리 분야만 보면 52만 개 중 15만 개(29%)로 집계되어 안전관리 분야의 인력양성이 상대적으로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산업재해를 줄이려는 국가적 노력과 방향성이 일치한다.
울산대학교 산업대학원에서는 2015년 이후 해마다 산업안전기사 기술자격과정 교육을 주관하면서 지역 산업체 근로자들의 안전관리 분야 자격증 취득을 장려해 왔다. 안전역량을 갖춘 근로자들이 많을수록 지역 산업계의 안전역량이 높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업장에서의 무재해가 갖는 사회적 가치를 인정한다면, 안전관리 부문 국가기술자격증의 위상을 높여야 할 때가 왔다. 운전면허증처럼 개개인의 배경과 상관없이 산업체 근로자 모두가 반드시 갖춰야 할 국민자격증으로 승화시키자.
작성자 : 최준환 DuPont Global Manufacturing SHE - Asia Pacific Region 듀폰코리아(주) 이사 / 전기안전기술사 / 산업안전지도사 최준환 울산과학대학교 겸임교수/ 기술사·듀폰산업안전연구원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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