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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소식/전문가 기고

[안전파수꾼] 고령사회와 산업안전

 

 [안전파수꾼] 고령사회와 산업안전

 

자주 가는 동네 호수공원 산책로는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엄마 앞에서 아장거리며 걷는 아이부터 백발이 확연한 노인들까지 폭넓은 연령층을 만날 수 있다. 느낌상으로 운동하는 상당수는 연령대가 높아 보인다. 건강한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몇 해전 체력이 전과 같지 않음을 실감하면서 우울했던 적이 있었다. 시기적으로 사물을 볼 때 눈앞에서 날벌레가 날라 다녀 허공에 손사례를 치기 시작하던 때였다. 망설이다가 회사를 방문한 산업보건의에게 날벌레를 포함한 이런 저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는 웃으면서 ‘비문증’을 설명하고는 신체 감각기관의 기능과 체력의 저하는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기때문에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는 정도가 아니라면 그냥 달래가면서 데리고 살라고 했다.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잔잔한 조언이었다.

 

국제기구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인구를 나이에 따라 크게 세 그룹으로 구분하고 있다. 먼저 0~14세까지 인구는 유소년인구, 15~64세는 생산가능인구, 65세 이상을 고령인구라고 부른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총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노인 비중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UN에서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해당 국가를 고령화사회로, 비율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후기고령사회(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이미 고령사회로 들어섰고, 2025년 초고령사회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이런 현실을 산업안전 관점에서 접근해보자. 통계청 2019년도 자료를 보면 5인 이상 상용근로자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전체 근로자중 50세 이상의 근로자는 21% 로 집계되었다. 이에 반해 고용노동부의 제5차 산재예방 5개년계획 (2020-2024)에서는 2019년 전체 산업재해자중 50세 이상의 장년노동자가 59% 정도이며, 이는 2010년도 43%에서 빠르게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근로자 고령화의 한 단면으로 해석되며, 전체 20%의 근로자가 60%의 재해를 겪는다는 말이 된다. 여기서 5인 미만 사업장의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산술적으로 3배수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런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각 사업장에서는 작업환경을 50세 이상 장년근로자의 신체특성에 적합하도록 개선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공동의 작업장에서 표준적인 작업환경을 제공하기보다는 가능하면 연령대가 높은 근로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끔 인간공학적 요소를 적극 반영한 작업환경으로 보완해야 한다. 노화에 따라 빛의 양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시각능력이 저하되는데, 같은 작업환경에서 20세의 인지능력을 100%이라면 65세는 40%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고령자가 많은 작업장에서는 작업성격에 따라 국부조명을 활용하면서 전반적으로 조명을 밝게 해야 한다. 이 외에도 신호표지와 작업절차서의 글자 크기를 키우는 등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려할 수 있겠다.

 

근로자 개개인도 신체의 노화에 따른 신체적 어려움을 솔직하게 노출시켜야 한다. 각종 보호장구도 개인의 신체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은 시력보정을 위해 안경을 쓰는 것처럼 자연스런 일이다. 안전은 상호 소통이 중요하다. 만날 때마다 자기 왼쪽 귀를 가리키던 미국인 동료가 있었다. 눈에 확연히 뜨이는 보청기가 불편하지 않느냐는 개인적인 질문에 그는 여러가지를 시도해봤는데 이 모델이 가장 편하다면서 대화할 때 조금만 천천히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평소 세련된 분위기를 보이던 그도 신체보조도구를 선정할 때 패션보다는 ‘안전제일’을 선택했던 것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 있는 회의때에는 도와 달라고 공개적으로 부탁했다. 직급을 떠나서 모두가 회의분위기를 잘 맞춰갔다. 조직내에서 인간존중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실천되고 있는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이제는 머리카락 염색에 대해서도 달리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20대의 흑발도 세월이 누적되면서 조금 빠르고 조금 늦는 차이는 있지만 모두 백발이 되어간다. 그렇지만 대부분, 아니 거의 모두가 불평을 하면서도 스스로 하얀 머리색을 감추려는 불편한 노력을 지속한다. 어떤 이는 사회규범상 예의라 하고, 어떤 이는 개인의 경쟁력 유지라고 한다. 인간존중은 서로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면서 인격체 그 자체로서 존중해주는 것이다. 이런 인간존중 사상을 한 사람 한 사람이 생각하고 실천할 때 자연스럽게 사업장의 작업환경도 개선되면서 산업안전역량이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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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제일일보 2021년5월13일

 

최준환
DuPont Global Manufacturing SHE - Asia Pacific Region
듀폰코리아(주) 이사 / 전기안전기술사 / 산업안전지도사
최준환 울산과학대학교 겸임교수/ 기술사·듀폰산업안전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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