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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파수꾼] 공정의 안전관리와 비상대응

 

[안전파수꾼] 공정의 안전관리와 비상대응


울산제일일보 2021년 3월11일 (목)

공정안전관리 또는 PSM (Process Safety Management)을 뉴스나 신문 또는 사회적 교류활동을 통해 접하는 일반인들도 용어 그 자체에는 제법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공정안전관리에 대한 이해는 낮아 보인다. 안전과 관련된 법규의 다양성, 복잡성과는 상당한 거리를 갖는 대다수는 일상생활 어디에서 공정안전관리의 효용성을 체감할 수 있을까? 공정안전관리체계가 산업안전보건법에 편입된 1995년 이후로 30년 가까이 실행되어 오면서 사업장의 공정안전성을 강화하는 노력은 사업장의 유해 위험설비와 공정의 본질에 따라 세분되어 왔다.

 

유해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은 중대산업사고와 같은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의 위험요인들을 안전한 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는 체계적인 관리절차가 있어야 한다. 그 상세한 요건을 관련법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사업장은 운전공정의 특성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공정안전보고서), 고압가스안전관리법(안전성향상계획서), 그리고 화학물질관리법(위해관리계획서) 등을 개별적으로 또는 중복 적용하여 사전 예방활동과 사후 비상대응조치를 해야 한다. 이는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그리고 환경부 등 3개 부처와 연결되어 있다.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서는 가스안전공사가 사업장의 안전성향상계획서를 검토하고서 그 중 비상조치계획 부분을 사업장 관할 소방서에 송부하도록 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직접 명시하지 않았지만 관련 고시를 통해 공정안전보고서를 검토하는 안전보건공단이 화재의 예방, 소방 등과 관련된 내용을 관할 소방서에 송부하게 했다. 화학물질관리법은 화학물질관리원의 위해관리계획서 검토가 끝나면 사업장에서는 그 일부인 비상대응프로그램을 요약하여 사고발생시 영향권에 놓이게 되는 사람들에게 개별통보, 공청회, 또는 일간신문, 관할관청 인터넷 홈페이지, 아파트관리사무소, 동/면사무소 등을 통해 전달하도록 했다. 이렇게 각 법이 명시하는 구체적인 절차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해당 보고서의 구성과 작성 취지를 생각한다면 항목별로 가장 구체적으로 기술한 내용을 발췌하여 보편적으로 적용함이 타당해 보인다.

 

여기에서 왜 비상조치계획을 관할 소방서에 송부하는지, 왜 사고 영향권에 놓이는 사람들에게 통보하게 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서는 사고가 확산되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대응조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와 병행하여 사고 상황을 신속하게 통보하여 사고지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규범에 따라 지역 소방서는 관할지역내 각 사업장의 유해 위험설비와 물질의 특성, 저장용량, 공장내 건물배치 등에 대해 평상시 사업장과 공동으로 비상훈련을 반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급박한 비상상황에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고 사업장의 주변공장 근로자들과 지역주민들은 비상상황 경보가 발령되면 즉시 사고 사업장이 취급, 저장하고 있는 물질의 위험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사업장의 개방적인 정보공유와 지역주민들의 긍정적인 관심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조치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자.  각 사업장에서는 운영중인 관리절차에 따라서 주기적으로 비상훈련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관점에서 본다면 사고의 확산억제보다는 주로 화재상황에 대한 비상대피 및 화재진압훈련이 대부분이다. 관할 소방서에서도 종종 참관을 하지만 사업장의 유해 위험특성에 따른 사업장 특화 사전 숙지훈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2012년 구미 휴브글로벌 사업장의 불산가스누출사고는 당시 지역사회는 물론 인근 사업장들의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역량이 거의 맨 바닥임을 보여주었다. 그 후로 10여년이 지났는데 우리 사회의 비상대응역량은 개선되었을까?  우리 집 가까이에 어떤 사업장들이 있고, 어떤 유해 위험물질을 저장, 취급하고 있는지, 사고 발생시 어떻게 통보받는지,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그 물질의 위험성으로부터 나와 내 가족을 어떻게 보호하는지 알고 있는가? 아니라면 오늘 당장 산업체의 사고에서 시작된 비상상황에 대한 나의 무지함을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궁금한 사항들을 공개적으로 질문해 보자. 내가 먼저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보다 안전한 세상을 향한 주변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사업장에서는 안전관리자의 자질을 되돌아보자. 사업주와 공장장을 보좌하면서 현장의 관리감독자에게 지도와 조언을 하는 안전관리자가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은 무재해를 향한 열정이다. 무재해는 일차적으로 주변 동료들을 향한 사랑의 실천이기 때문이다. 박사학위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자격증 등은 그 사람의 지식의 양을 보여주는 보조수단일 뿐이다. 공정안전관리의 공정위험성 평가를 통해 확립해 놓은 비상조치계획을 실효성있게 운영함으로써 재해발생시 그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

최준환
울산과학대학교 겸임교수/ 전기안전기술사, 산업안전지도사
듀폰산업안전연구원 대표
jay.choi@dos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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