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파수꾼] 공정안전 관리시스템의 자체감사

 

[안전파수꾼] 공정안전 관리시스템의 자체감사

사업장에서는 경영시스템에 의해 다양한 업무를 대상으로 하는 자체감사가 자주 진행된다. 구성원들에게는 감사보다는 ‘오디트(audit)’란 말이 더 익숙할 것이다. 그런데 감사를 받는 사람도 감사를 지켜보는 사람도 상당수가 감사활동 자체나 감사활동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다. 오디트(audit)란 용어가 입에 자주 오르내릴 정도로 일상적인 활동인데 왜 그럴까?

감사(audit)를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監査] 감독하고 검사함’이라 설명한다. 감독, 검사라는 단어에서 고압감이 느껴진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조직에서 ‘감사’행위를 바라보는 시선은 대개 부정적이다. 감사하는 사람은 보통 뭔가 잘못을 찾아내기 위해 상대방의 업무영역 구석구석을 파헤치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달갑잖은 존재가 되곤 한다. 더군다나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 말 환경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감사원의 언행은 자주 구설수에 오른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관리체계에서 의도한 감사활동이 제대로 구현되기 어렵다고 본다.

실제로 자체감사의 여러 사례를 들여다보면 조직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쏟아 붓는 노력이 왜 부정적으로 인식되는지, 왜 성과가 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감사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감사원이 효과적인 감사를 위한 최소한의 준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감사에 나서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역량 있는 감사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가 된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주관하는 공정안전관리체계(PSM)는 12개 요소로 구성된다. 그 중 ‘자체감사’ 요소에서는 공정안전관리가 규정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평가·확인하기 위해 1년마다 자체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사업장의 안전작업지침 및 관리절차 등 확립된 각종 기준과 절차가 현재의 공정 및 설비에 적합한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국제표준의 관점에서는 자체감사를 감사하는 사람의 신분에 따라서 먼저 1자 감사와 2자 감사로 구분한다. 1자 감사는 같은 회사 소속의 같은 사업장 직원이 감사하는 경우, 2자 감사는 같은 회사 내 다른 사업장 또는 본사 소속으로 해당 업무영역에 대한 전문성과 감사원 자격을 가진 직원들이 감사하는 경우를 말한다. 사업장 소속이 아닌, 감독관청, 예들 들자면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나서서 행하는 감사는 3자 감사로 구분한다.

보통 2자 감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감사원의 전문성이 인정되고,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았고, 반복적인 실전실습으로 감사를 수행하는 과정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사활동 일정이 정해진 탓에 방문하는 사업장의 공정안전관리체계를 넓게, 깊게 들여다보기에는 시간적인 제약이 있다. 따라서 사업장의 특성에 맞춰 선택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2자 감사에서 자주 인용되는 변명이 있다. “감사보고서에 언급되지 않은 영역에 대해 현행 기준과 절차가 공정 및 설비의 요건에 적합하다고 확대해석 되어서는 안 된다.” 단지 보지 못했을 뿐이라는 말이다. 1자 감사의 유효성을 여기에서 찾게 된다. 비록 감사활동에 대한 숙련성은 2자 감사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같은 사업장의 직원이 같은 사업장의 특정업무를 감사하게 된다. 사업장의 상황과 일상적인 절차에 익숙한 사람들이 감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감사수행방법만 더해진다면 현행 기준과 절차들이 공정안전관리 규정에서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제약이라면 감사자, 피감사자 모두 동일 사업장 소속이라서 신선한 시각으로 바라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교육이 가장 효과적으로 보인다. 따라서 상호보완적인 1자 감사와 2자 감사를 적절하게 혼합하여 운용할 때 감사의 효과는 극대화된다고 본다.

공정안전보고서에 관련된 규정을 보면 사업장은 매년 자체감사 수행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에 의해 자체감사를 실행할 때는 반드시 목적, 적용범위, 감사일정, 그리고 감사팀의 구성에 대해 먼저 정한 후 감사를 실행하고, 평가와 시정조치 등은 문서로 남기라고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한다면 지정된 감사원들이 미리 감사대상 관련 문서를 확인하고 상호토론을 통해 감사범위, 방법에 대해 이해를 같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체감사에 사용할 점검표(checklist)는 그 결과물이 된다.

대부분의 경우에 예방활동이 치료보다 훨씬 효과적임을 모두가 다 인정한다. 사업장에서는 자체감사와 감사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면서, 감사수행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 등을 절차서에 담아서 운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오래지 않아 현재 만연되어 있는 오디트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들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감사하는 사람은 일상에 파묻혀서 보고도 알아보지 못할 수 있는 피감사자의 업무수행과정과 결과물들이 확립된 절차서와 기준에 부합되는지 확인하고, 이에 더해 특별히 잘하고 있는 것들을 신선한 시각으로 확인해주는 고마운 존재인 것이다.

자료 제공 : 최준환 울산과학대학교 겸임교수·기술사·듀폰산업안전연구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