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HE 소식/전문가 기고

[안전파수꾼]듀폰의 ‘브래들리 곡선모델’

 

 [안전파수꾼]듀폰의 ‘브래들리 곡선모델’ 


크고 작은 사업장의 다양한 산업재해 예방 프로그램을 보면 지난 10년 새 ‘안전문화’에 대한 접근이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말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과거와 달라진 산업생태계를 반영해 법적보호 대상을 ‘근로자’에서 ‘노무제공자’로 넓혔다. 또한 도급-수급관계 안전관리체계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급작업 대상을 더 엄격히 통제하고 도급인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도 강화했다.

그런데 한 해도 가기 전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이야기되고 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그런 유형의 법을 처음 도입한 영국의 성공사례를 내세운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실효성 있는 운용이 우선임을 강조하면서, 영국도 법 도입 전후의 큰 흐름을 못 보고 일시적 효과를 과잉 해석했다고 반박한다. 이런 토론을 산업재해 관점에서 볼 때 ‘사업장의 안전관리’와 ‘기업의 지속성장 기반’은, 표현은 달라도 지향점이 같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유형의 안전관리체계를 뒷받침하는 무형의 안전문화를 이야기할 때는 곧잘 듀폰의 ‘브래들리 곡선모델’이 거론된다.

기업은 조직운영의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의 집중과 분산을 반복하면서 기업조직에 인위적 변화를 주기도 한다. 조직의 경쟁력 유지 수단으로 지배구조를 쪼개기도 하고 모으기도 한다. 그렇다면 결정에 따라 재편된 조직들이 의도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선 개편 전과 후의 생산성에 기반한 재무성과를 비교하는데, 이런 접근방식은 지속성장의 필수조건인 견고한 안전성과가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숫자로 압축된 재무성과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변화의 과정에서 산업재해가 늘었다면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실제로 듀폰이 1993년도에 5개 부문의 사업조직을 19개 전략사업단위로 쪼개 사업단위별 책임경영을 강조한 직후 1~2년 동안은 안전성과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았다.

이런 위기감 속에 기업조직의 구조가 변할 때도 안전 부분에서는 안정된 성과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개선 방안을 찾아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Discovery Team’이 구성되었다. 팀원이었던 텍사스 주 버몬트 공장의 공장장 베론 브래들리(Verlon Bradley)는 당시의 필독서인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소개한 ‘일반화한 인간의 행동특성’에 듀폰공장의 ‘일상적 안전활동 경험’을 접목시켜 안전을 실천하는 생각의 단계를 수동적-종속적-독립적-상호의존적으로 재정리했다.

출처 : https://blog.gooddayswork.ag/hs-fs/hubfs/DuPont%20Bradley%20Curve%20-%20MH2.jpg?width=1024&name=DuPont%20Bradley%20Curve%20-%20MH2.jpg



현장감 있는 논리가 돋보이는 이 모델이 공감대의 폭을 넓히면서 공식적으로 ‘브래들리 곡선모델’(Bradley Curve Model™) 이란 이름을 얻게 된다. 이 모델은 1995년부터 사내 안전교육에 활용되기 시작했고, 논리가 명쾌하고 함축성이 있어 많은 회사들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렇듯 안전문화 단계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브래들리 곡선모델’은 듀폰의 현직 공장장이 경영학 분야의 책에 나오는 ‘인간의 행동특성’을 안전 분야에 접목시킨 결과다. 1920년대에 보험회사 직원이었던 하인리히도 업무상 다루는 재해보상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산업재해의 발생비율을 1:29:300로 일반화한 ‘하인리히 법칙’과 재해 발생 과정을 설명한 ‘도미노 이론’ 등 다양한 주장을 정리해 1931년 책으로 냈다. 지금도 미국 안전공학의 기초를 닦은 명저로 인정받는 ‘산업재해의 예방-과학적인 접근’이란 책이다.

안전 분야가 인간의 안위를 다루다 보니 그 주체인 인간의 성향과 심리에 관한 이론이 자주 등장한다. 인간의 욕구를 생리적-안전-소속-존경-자기실현의 5단계로 설명한 아브라함 마슬로우의 ‘욕구단계론’, 인간의 불안전한 행동의 이면을 설명한 쿠르트 레빈의 ‘인간 행동법칙’, 효과적 학습방법을 제시한 헤르만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등등 180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영역에서 이론을 소개한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학자가 아니면 심리학자들이었다. 하지만 1930년대의 하인리히나 1990년대의 브래들리처럼 학계가 아닌 산업계에서 업무상 접한 현상과 자료를 나름대로 분석하고 정리한 이론들도 있다.

산업현장, 특히 안전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현상들에 대해 조금만 더 넓게, 더 깊게 지속적으로 성찰한다면 제2의 브래들리, 제2의 하인리히가 되어 자신의 이름을 남길 수도 있다고 본다.

이제 2021년이다. 코로나19으로 점철된 2020년은 과거로 묻혔다. 힘들었지만 이만큼 견뎌낸 산업계의 노력이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는 문제는 큰 성과는 못 보인 채 아직도 진행형이다. 정부와 사업장이 선도하는 현재의 안전활동은 ‘브래들리 곡선모델’에서의 ‘종속적 단계’다. 무재해 가치를 이해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실천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행동하는 ‘독립적 단계’가 되어야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최준환 울산과학대학교 겸임교수/ 기술사·듀폰산업안전연구원 대표



* 해당 포스팅은 최준환 듀폰산업안전연구원 대표님의 동의를 받았음을 알려드립니다.

 

블로그 포스팅 내용은 안전보건환경에 관한 사고사례자료, 기술자료, 업무용 실무자료를 작성하여 배포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내용을 링크하여 사용하는 것은 허용됩니다. 단, 상업적 용도로 활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경우 ulsansafety@naver.com으로 동의를 받아 사용이 가능합니다. 댓글과 공감은 블로거에게 큰 에너지 입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댓글과 공감 부탁드립니다. 포스팅 일부 내용과 삽화 그림은 안전보건공단의 자료가 사용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실시간 소통
SHE실무방 "카카오 오픈 채팅방" 💨  카카오톡 ①번방
💨 카카오톡 ②번방
▷ ulsansafety 개인연락   ulsansafety 개인카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