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파수꾼]공정위험성 평가서의 구성과 활용

 

[안전파수꾼]공정위험성 평가서의 구성과 활용

“공정위험성평가서를 요청하셨잖아요? 이게 우리 공장의 공정위험성을 평가한 자료입니다”. “그건 맞는데 제가 보고 싶은 것은, 이런 위험성평가 기법을 활용한 분석자료가 포함된, 공정위험성 평가를 준비할 때부터 위험성 평가 후 결론을 낼 때까지 각 단계별로 정리된 종합보고서 형식의 문서입니다.” “그래요? 우린 이것 말고는 따로 없는데요.” 처음 방문한 회사에서 생산부서 담당 엔지니어와 나눈 대화의 일부다.

사업장에서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체계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에 대한 실무자들의 낮은 이해도 때문에 실망하는 일이 적지 않다. 공정위험성 평가를 어떻게 하는지 대략은 알고 있지만 정작 왜 하고, 어디에 활용하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끼며 머뭇거리기 일쑤다.

‘공정위험성평가서’는 공정안전보고서의 한 구성요소다. 산업안전보건법 부속법령인 ‘공정안전보고서의 제출·심사·확인 및 이행상태평가 등에 관한 규정’에는 ‘공정위험성평가서’를 ①위험성평가의 목적 ②공정위험의 특성 ③위험성평가 결과에 따른 잠재위험의 종류 ④위험성평가 결과에 따른 사고빈도 최소화 및 사고시의 피해 최소화 대책 ⑤기법을 이용한 위험성평가보고서 ⑥위험성평가 수행자 등 6가지 문서를 종합한 보고서라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생산부서 담당 엔지니어가 언급한 ‘기법을 이용한 위험성평가보고서’는 ‘공정위험성평가서’의 일부일 뿐이다.

공정위험성 평가는 공정기술과 공정설비의 최신 정보로 집약된 ‘공정안전자료’와 운전기간 중 축적된 제반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다. 공정의 특정개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상황을 분석기법을 적용하여 어떤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지 발생가능빈도와 그 심각성 정도를 평가하고 현재 갖춰진 안전장치와 시스템의 적절성까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당연히 현재의 안전설계가 미흡하면 보완방법까지 마련한다. 따라서, 보는 관점이 다른 다수의 인원이 함께 작업해야 효과적이다.

평가기법으로는 ‘위험과 운전 분석(HAZOP)’ 또는 ‘사고 예상질문 분석법(What-If)’이 자주 사용되는데 모두 정성적 분석에 속하고 정량적 기법을 적용한 사례를 보기는 쉽지 않다. 위험성을 숫자로 규명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필요자료를 모두 확보하기가 어려운데다 한두 번 설명을 듣고 선뜻 시도하기에는 용기가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적 이유로 정성적 기법을 선호하는데 이때에도 선정된 평가기법에 대한 교육은 필수적이다.

공정위험성 평가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보는 관점이 다른 다수의 참석자들을 다독거리면서 토론내용을 정리한 보고서를 검토하기까지 팀원들의 협업을 이끌어가는 팀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 때문에 팀장은 위험성평가팀이 구성되면 위험성평가의 대상과 목적, 팀원 각자의 역할, 작업일정, 최종산출물 등을 요약한 팀 활동계획서(Team Charter)를 함께 작성하면서 팀원들이 일체감을 갖게 하고, 위험성평가 기법에 대한 기본교육까지 주관한다.

위험성평가 작업에서 팀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면, 선정한 위험성평가 기법을 제대로 이해하는 전문가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생산적 공정위험성 평가를 위해 먼저 공정위험성 분석기법을 교육받고, 실제로 위험성평가 전 과정을 두 번 이상 이수해야 하는 유자격자 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따라서 팀원 중 한 사람은 위험성평가 기법에 관한 교육을 받은 후 팀원들과 함께 그 기법을 적용하면서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예상할 수 있는 위험상황을 정리해가면서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위험도를 억제하는 방안을 수립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아나가야 한다.

숙련도는 경험 속에서 다져진다. 자신감이 없더라도 도전적으로, 반복해서 나설 필요가 있다. 만일 이렇게 성장한 위험성평가 유자격자가 조직변경으로 직무가 바뀌거나 조직을 떠나야할 때는 대체자를 신속히 지정해서 현재의 역량을 위험성평가 유자격자 조건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추가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영역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함으로써 조직 차원에서 그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선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공정안전관리체계에서는 이러한 노력을 변경관리요소에서 다룬다.

마지막으로 공정위험성 평가를 통해 파악된, 예상 가능한 재난상황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비상조치계획을 세우고 대응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함으로써 불행한 상황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소방서와는 비상조치계획을 공유해 외부의 소방대원들에게 공장 내 유해위험물질과 제조공정의 특성을 이해시키고, 공장 내 건물의 구조와 배치에 익숙해지도록 주기적으로 합동훈련을 한다면 위기상황에서 큰 힘이 될 것이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사업장에서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서 보듯이 공정안전관리체계를 구성하는 12개 요소들이 서로가 물고 물리는 시스템 형태로 실행되는 사업장은 안전관리 역량이 높아지면서 무재해사업장의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준환 울산과학대학교 겸임교수/ 기술사·듀폰산업안전연구원 대표

해당 포스팅은 최준환 듀폰산업안전연구원 대표님의 동의를 받았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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