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파수꾼] 환경 친화적인 생활 |
[안전파수꾼] 환경 친화적인 생활
“시계가 여럿인가 봐요? 백색패션에서 청색패션으로 바뀌셨어요.” 풀어놓고 나오면 멈출까 봐 억지로 차고 나온 청색바탕 문자판을 가진 시계를 보고서, 같이 일하는 동료가 웃으면서 말을 건넨다. 하긴 지난번에는 백색 문자판에 테두리는 물론 밴드까지 세라믹인 흰색 시계를 차고 나왔으니까 인사치레라도 그렇게 나올만했다. 2000년대 초반에 외국 출장길에 장만했던 청색시계는 투박한 기계식이다. 얇고 가벼우면서 세련되어 보이는 퀄쯔 무브먼트 방식을 살 수도 있었는데 배터리가 필요 없는 시계를 일부러 선택했었다. 회사의 핵심가치 중 하나가 ‘환경’이라서 실천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은연중 작용한 결과였다. 이렇게 뿌듯하게 시작한 친환경적인 기계식 시계와의 생활은 최소한의 불편함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시계의 구조상 무겁기도 하지만 하루라도 방치하면 다시 차게 될 때마다 태엽을 감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시간을 맞춰야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그 불편함을 애써 무시하려 하고 있을 뿐이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실감하지 못하고 지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세먼지로 모두가 불편했던 적이 많았다. 그 당시 회사에서나 바깥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일단 미세먼지가 대화에 올라타게 되면 대부분 중국을 탓하고 화력발전을 탓하곤 했다. 난 그럴 때마다 상대에게 어떤 차를 운전하는지를 물어보았다. 디젤엔진차량을 운전한다는 사람에겐 웃으면서 일단 차량부터 친환경적인 차로 교체하고서 미세먼지를 탓하자고 했다. 휘발유엔진보다 디젤엔진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훨씬 많다는 분석자료는 차고 넘치는데도, ‘클린디젤’이라는 프레임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했던 독일 자동차회사들의 상술이 세상에 민낯을 드러낸 후에도 여전히 소비자는 디젤엔진차량을 선호하는 것 같다. 차량 가격은 선뜻 무시하기엔 부담이 될 정도로 조금 더 비싸지만 저렴한 연료비로 인한 운전비용의 경제성이 한몫하고 있다고 본다. 차량에서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지구 대기온도 상승의 주요인 중 하나라고 이제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온대성 기후에서 아열대성 기후로 변했다고도 한다. 한 여름에 덥다, 덥다 하면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 관심 밖의 일로 여기며 습관적으로 자가용차로 출퇴근하려 한다. 그것도 덩치가 큰 디젤엔진차량을 과시라도 하듯 운전하면서.
하이브리드차량은 1990년대 후반,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때 우수한 연비로 인해 인기가 있었다. 세월이 흘러 2020년, 이제 배터리로만 구동되는 순수 전기차가 시장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고, 수소연료전지차량도 입지를 굳히고 있지만 아직도 하이브리드차량은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선택이 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량 가격도 가솔린엔진 차보다는 선뜻 무시하기엔 부담될 정도로 조금 더 비싸다. 어찌됐든 친환경 차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지만 아쉽게도 이런 관심과 선택의 밑바닥엔 환경개념보다는 운전비용의 경제성이 깔려있는 것 같다. 하지만 휘발유보다 상대적으로 싼 경유를 사용해서 또는 상대적으로 높은 연비로 인해 절감되는 연료비 금액이 차량 구입 시 선뜻 무시하기엔 부담이 됐던 그 차액만큼 회수를 하려면 최소 수 년 이상을 부지런히 타고 다녀야 한다. 차라리 수 년 동안 지출할 연료비를 일시 선불로 지급하면서까지 하이브리드차량을 선택하는 이유를 환경보호라는 명분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하이브리드차량보다 훨씬 더 비싸게 지불하면서까지 전기차 또는 수소연료전지차를 선택하는 동기는 환경을 생각하는 절박함과 환경보호를 나부터 실천하고 있다는 자부심이라 생각한다.
친환경에너지라고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발전에 대해 이러저러한 말들이 많다. 특히 올여름 태풍이 지날 때 산사태로 엉망이 된 지역을 두고서 무분별하게 들어선 태양광발전설비 때문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기공학 전공인 필자의 견해로는 원인이 정말로 태양광발전설비 때문인 지역이 있다면 그건 태양광발전설비를 계획할 때 환경요인들을 설계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설계대로 시공을 하지 못한 경우로 본다. 그래도 태양광발전을 비난하겠다면 태양광발전을 환경 관점에서 보지 않고 정책과 행정절차의 허점을 파고들어 수준 낮은 발전설비를 여기저기 시공했던, 기획부동산업자와 같은 행태를 보여준 부실한 업체를 탓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 환경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누군가가 대신 해주기만을 바라며 뒷짐 지고 있기에는 시간이 없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사례들을 나와는 상관없는, 내가 어찌해볼 수 없는 것들이라고 손사래 칠 필요도 없다. 당장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거부해보자. 슈퍼에서 물건을 살 때 과잉포장을 거부해보자. 시장에서 그 흔한 검은색 비닐봉투를 거부해 보자. 환경은 안전과 같다. 나부터 실천을 해야 하는 것이다.
최준환 울산과학대 겸임교수 듀폰산업안전연구원 대표 |
※ 해당 내용을 최준환 듀폰산업안전연구원 대표님의 기고로 게시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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