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파수꾼] 안전제일과 노동조합 上 |
[안전파수꾼] 안전제일과 노동조합 上
지난 7월말에 인생의 전환점을 맞으면서 30여년을 몸담았던 회사에서 나왔다. 심신이 아직은 쓸 만하기에 프리랜서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자영업자로서 일을 계속하기로 준비를 해온 터라 회사 정문을 나서는 순간에도 별 감흥이 없었다. 대신 당시 머릿속을 맴돌았던 것은 산업안전 관점에서 본 노동조합의 역할 또는 존재의미였다.
노동조합은 근로자(노동자)의 자주적 단결체로서 근로자의 여러 이익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다. 노동조합이 갖는 힘의 원천은 헌법으로 보장되는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다. 단결권은 이미 행사했으므로 일상적인 조합활동은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의 범주에 속한다. 단체행동은 단체교섭의 양상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핵심은 단체교섭권을 근로자의 이익 향상을 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이를 위해서 먼저 근로자 이익의 우선순위를 사업장의 상황에 맞게 설정할 필요가 있겠다.
산업안전 분야에서 자주 인용되는 동기부여 이론인 ‘욕구단계설’(Hierarchy of Needs by A. Maslow)에서는 인간의 욕구를 생리적 욕구-안전욕구-소속 욕구-존경 욕구-자아실현의 욕구 등 5단계로 구분하면서 하위단계의 욕구가 충족되면 그 다음 단계의 욕구로 관심이 옮겨간다고 했다. 사업장에 대입해 보면 연장근로에 휴일근로까지 열심히 해도 생활급에 미치지 않는 저임 사업장에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급여 인상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 요구일 것이다.
여기에서 안전에 대해 아무리 이야기한들 다수의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이런 사업장의 노동조합은 당연히 급여 인상을 요구하겠지만 이때에도 저임금 사업장의 배경을 먼저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업의 성과가 사업주에게 집중되면서 근로자들의 급여가 생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단체교섭에서 더 공정한 분배를 요구할 명분을 갖게 된다. 반면에 사업주 역시 실용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데도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현상이라면 근로자 편에서는 정당해 보이는 급여 인상 요구가 자칫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로서 받는 급여가 결코 충분하진 않겠지만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이제 안전에 대한 욕구가 당면과제가 된다고 했다. 사업장의 잠재적 위험요인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물질적으로도 소유하고 있는 것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장의 노동조합도 단체협상의 목표를 주변 회사나 동종 업계에서 상대적인 비교우위를 갖는 급여 인상을 내세울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산업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장 작업환경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안전 제일’을 말하고 실천하는 단계인 것이다.
나아가 회사의 평판을 기반으로 하는 근로자의 소속감을 끌어 올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럼으로써 사업장 안에서는 조합원, 비조합원의 구분 없이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사업장 밖으로는 회사의 존재감을 지역사회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최준환 울산과학대 겸임교수·듀폰산업안전연구원 대표
해당 포스팅은 최준환 울산과학대 겸임교수·듀폰산업안전연구원 대표님의 동의를 받아 포스팅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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