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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소식/전문가 기고

[안전파수꾼] 안전은 권리입니다.

 

 

  울산제일일보 2019년 7월 2일 (화) 13면

 

작년 초에 있었던 일이다. 직원 개개인의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강조하는 회사의 방침에 따라 수년 전부터 공정안전(PSM) 분야 사외 기술자문과 안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발전회사에서 회사 직원대표들과 함께 자문위원회의를 마치고 회사 근처 단골집에서 점심을 먹고 승용차 몇 대로 분산되어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뒷좌석에 앉게 된 나는 습관적으로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위원이 말을 건넨다. “가까운데 편하게 그냥 가시죠?” 함께 탔던 직원이 한 마디 더했다. “이 곳에선 낮시간대에는 단속도 없어요.” 분명 나를 위한다고 한 말이었을 텐데 꽤 생경스럽게 들렸었다. 오전 내내 반복적으로 오간 단어가 ‘안전문화’였는데. 짧은 시간 여러 생각이 스쳐갔는데 돌려준 말이 “안전벨트는 나를 위해서 착용하는 거죠, 나의 권리라 생각합니다.” 어색한 웃음소리가 짧게 지나간 후에 운전석에 앉았던 직원이 혼자서 읊조린다. “아! 그게 권리가 되는구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담은 헌법을 근로와 안전의 관점에서 들여다보자.   헌법 제32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지며 동시에 근로의 의무를 진다고 하고서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고 말한다.  여기에 근거하여 제정된 법률인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존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반 규정 등을 정하면서도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관하여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다시 별도의 전문화된 법률에 위임하고 있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 보건을 유지 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 고 밝히고 있는데  안전보건에 관한 기술적인 기준을 고용노동부령 시행규칙인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으로 구체화시켜 놓고서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와 제6조에서 각각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그 기준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풀어서 정리한다면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 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의 요건에 맞도록 시설을 할 의무가 있고 근로자는 그 설비와 개인보호장비 등을 제대로 안전하게 사용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전하게 일하는 것은 근로의 권리와 근로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정신과도 맞닿아 있는 셈이다.

 

최고의 산업복지는 산업안전의 확보, 즉  쾌적한 작업장에서 안전하게 일하는 것임에 동의한다면   ‘근로의 권리를 갖는다’와 ‘근로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표현에서 근로’를 ‘안전’으로 해석하여도 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안전하게 일 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동시에 안전하게 일할 의무가 있다고.  일반적으로 안전문화를 이야기할 때  조직의 구성원들이 안전수칙을 지켜야 하는 의무의 대상으로 인식한다면 ‘의존적인’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지속성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많은 회사들이 이 범주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누가 보고 있어서 또는 누가 시켜서 지키는 안전수칙이 아니라 나의 안전을 위해서 나 스스로가 개인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주변의 위험요인들을 생각하면서 안전절차를 준수하는 단계는 ‘독립적인’ 수준으로서 결과적으로 뛰어난 안전성과를 보여주는 단계가 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독립적인 단계의 특징인 나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안전영역 안에서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다 행사하면서도  함께 일하는 동료의 상태까지도 챙겨주는, 즉 서로가 동료의 안전을 챙겨주는 (Peers Keepers) 단계가 ‘상호의존적인’ 안전문화 수준으로  모든 조직이 지향하는 단계가 된다.

 

많은 회사들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투입하는 비용과 노력만큼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회사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회사와 국가에서 제시하는 안전수칙을 의무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매년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하는 안전 통계는 연간 2000여 명 정도가 산업재해로 사망한다고 한다. 다 누군가의 가족이면서 누군가의 친척, 누군가의 지인이 아니겠는가. 이 아픔과 슬픔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개개인 모두가 안전을 권리로 인식하고 하루하루 안전을 생각하면서 생활해야 할 것이다.


2019년 7월
최준환
DuPont Global Manufacturing SHE - Asia Pacific Region
듀폰 코리아(주) 이사, 전기안전기술사, 산업안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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