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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소식/전문가 기고

[안전파수꾼] 산업안전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

 

 울산제일일보 2021년 1월13일 (수) 제12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어찌 어찌해서 국회에서 의결되었다. ‘중대재해에 따른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 제정을 요구했던 노동계는 중대재해 기업보호법이 되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이라는 기준이 있는데도, 관리책임을 과도하게 포괄적으로 해석하여 처벌하는 과잉입법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의 당위성 여부를 말하기 전에 먼저 통계를 통해 산업재해의 실체를 이해해 보자. 2017한 해 동안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약 2000명 정도인데 이중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1000 정도로 이를 업종별로 분석하면 건설업이 50%, 제조업이 25% 정도였다. 이에 따라 정부와 안전보건공단은 2018년을 산업재해 사망사고감소의 원년으로 하고 2022년까지 사고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건설업과 제조업 현장에서 지난 3년간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 산업재해 사고사망자가 2019년 처음으로 800명대 중반으로 낮아지는 성과가 있었으나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지 못한 채 이제 4년차인 2021년이 되었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에서의 중대재해의 의미가 산업안전보건법과 일치하지 않아서 혼란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 사망사고는 적용대상이다. 수익을 극대화 하기위해 의도적으로 안전 보건 조치의무를 소홀히 하는 사업장도 있겠다. 그렇지만 책임소재를 명쾌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정황만으로도 처벌대상이 될 수가 있다. 사고사망자의 1/3을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된 것을 감안하면 사망사고만으로도 한 해 동안 최대 650여 사업장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 또는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사업주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업주 규제성이 강한 법이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또는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양벌규정에 의해 그 법인에게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사용자의 의무에 상응하여 근로자는 사업주가 행한 안전 및 보건 조치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 이를 어기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데,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한 근로자를 직접 처벌할 수 있는 사례는 8개에 불과하다. 가장 일상적인 사례를 보자면 사업주가 실행한 안전∙보건조치를 지키지 않은 근로자에게 위반 횟수에 따라 5/10/15만원의 과태료가 전부이다. 이것 마저도 적극적으로 집행하고 있지 않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산업안전보건법으로도 사망사고에 대해 최대 7년 이하 징역형 (또는1억원 이하 벌금형)이 가능한데도 굳이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명시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필요한 이유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걸까? 산업안전보건법 구성의 문제인가 아니면 법 운용의 문제인가?

 

암튼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사망사고와 같은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분발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재해를 바라보는 관점을 작업환경 조성자에게 맞춘 결과이다.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수동적인 존재로서 산업안전의 종속변수로 인식되는 셈이다. 회사는 안전을 실천하는 직원들이 산업안전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최대의 피해자는 재해당사자인 근로자와 그 가족인데 말이다.

 

건강한 사회는 안정된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 산업재해는 가정의 기반을 허물어뜨림으로써 사회안정을 위협하게 된다. 산업안전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산업현장에서 안전문화를 개선하려는 수많은 시도를 브래들리 곡선모델로 해석하자면 반응적(수동적)에서 의존적(종속적) 단계까지는 어렵지 않게 달성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근로자가 끌려가는 의존적 단계에서 스스로 이끌어 가는 독립적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면서 표류하게 된다. 의존적 단계와 독립적 단계 사이에 놓여 있는 문화의 다리 (Cultural Bridge)’는 무재해의 가치를 이해하면서 작업장 주변의 위험요소를 인지하고 안전한 방법을 추구하는 수준의 안전의식을 갖춘 근로자만이 건널 수 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 발생후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처벌은 후행성으로 사후약방문 격이다. 산업안전을 바라보는 구도를 선행성으로 달리해 보자. 산업안전을 유지 증진하는 활동구도를 근로자가 끌고가고 사업주가 밀어주는, 근로자 주도형으로 인식을 전환하면 좋겠다. 근로자부터 스스로 산업재해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주체적으로 산업안전 프로그램을 실천하는 것이다. 사업주는 계획수립시 근로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다. 작업의 편의성이나 조직의 생산성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라는 안전제일을 근로자와 사업주가 함께 실천할 때 우리 사회는 한층 건강해질 것이다.





최준환 

울산과학대학교 겸임교수 / 전기안전기술사 / 산업안전지도사

듀폰산업안전연구원 대표

jay.choi@dosri.re.kr / 010-8559-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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