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HE 소식/전문가 기고

[안전파수꾼] 수평적인 조직문화

 

울산제일일보 2020년 7월28일


많은 회사들이 개방적이고 수평적으로 소통이 되는 조직을 원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져온 직위와 근속연수에 의존하는 관행 때문에 새로운 시도는 계획과 검토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공장 설비를 운전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회사의 상황에 따라 1개 조가 8시간을, 2개 조가 16시간을, 또는 3~4개 조가 연속적으로 24시간을 운전한다. 일부에서는 5개 조 방식으로도 한다. 공장은 생산한 제품의 판매에서부터 현금수입이 발생하므로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교대근무조는 공장 운영의 기본축이 된다. 따라서 교대조를 대표하는 교대 조장은 보통 경험 많고 직급이 높은, 그래서 나이가 많은 직원들 중에서 공장장이 지명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국내 제조업의 조직 효율성을 이야기할 때마다 청산되어야 할 첫 번째 대상으로 등장하는 연공서열식 조직문화는 교대조 운영 관습에 기인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1990년대 초반에 공장 가동을 시작한 듀폰 울산공장의 사례를 보자.  공장건설과 함께 운전요원교육이 시작되었는데 대다수가 울산지역의 회사에서 옮겨왔었다. 개개인은 나름 공정운전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하였지만 이미 몸에 베인  당시 국내제조공장에서의 운전관행과  듀폰의 엄격한 안전절차와 운영제도 사이에서 힘들어했다. 시제품생산과 고객사에게 요구하는 품질인증을 위해 2조2교대로 시작한 공장가동이 빠르게  3조 3교대제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곧이어 4조3교대제로 개편을 앞두고 있을  이번에는 뭔가 다르게 해보자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신설공장의 잇점을 살려서 생산팀과 정비팀간 벽을 낮추면서 자기개발에 대한 동기부여를 강화하는  ‘고성과 작업체계(HPWS)’  여러가지 실험적인 정책들이 시도되던 시기였다.  전체 직원수가 공장장을 포함 엔지니어가 15여명, 생산직이 45여명의 공장이 4조3교대 체제로 운전된다. 전체 구성원의  절반을 훌쩍넘는 생산교대팀원과 다수의 주간 지원팀원들이 직급과 나이에 의한 위계질서에서 벗어나 상호소통이 원활하게 유지되는, 뭔가 다른 면을 가진 조직으로  보자는 방향성이 정리되었다.

 

변화의 핵심을 교대조 팀장으로 판단하고서 임명형식으로 정해지던 교대조 팀장을  직원의 투표를 통한 선출방식을 추구했다. 선출된 팀장들이 팀원들을 정하는 방식이었다. 선출된 사람이 갖는 대표성, 권한의 정당성이 조직변화의 동력원이  것으로 보았다. 먼저 기존 팀장들과 상의하였다.  적지 않은 시간동안  그렇게 하려는지를 설명했었다. 비록 동의를 하긴 했지만 표정과 말투에는 당혹감과 의구심이 남아 있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설명회 이후에 팀원들사이에서 제기되는 질문들에는 팀장들이  대응했다. 기존 팀장들과 상의한 새로운 팀장선출방식은 대략 이렇게 요약되었다.

1. 공장장부터 교대근무조원까지 모든 조직 구성원은 각 2명씩을 추천할 수 있다.

2. 배포된 추천서 서식을 사용하고, 자기 자신을 추천할 수도 있다

3. 추천서에는 반드시 작성자 이름, 추천하려는 직원과  추천사유를 기재 한다

4. 추천서 요건을 맞추지 못한 추천서는 무효로 처리한다.

기존 팀장들과 상의하여 생산팀장을 포함하는 기술직 2명과 현장근무직 2-3명으로 구성되는 팀장선출위원회를 구성하였다.  4~5명의 위원들이 선출과정을 관리했는데  다득표순으로일정 수의 후보군을 먼저  정하고서 선출위원들이 토론을 통해  그중4명의 팀장후보를  공장장에게 추천하는 방식이었다. 공장장이 재고를 요구하면 다시 토론을 통해 수정된 팀장후보를 추천해야 했다. 임기 2년의 팀장이 되면 급여에서 4호봉을 승급시켜 실제 승진이  것과 같이 예우하여  책임감을 기대했고,  차기 선출과정에서 팀원으로 전환되는 경우에는 다시 4호봉을 낮추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직위와 나이, 근속연수 등이 서로 어울러져 형성되던 생산현장의 질서가 선출형식을 통한 팀장들이 전면에 나서게 됨으로써 변화는 피할  없게 되었다.  사원-주임-계장으로 이어지는 생산직 직급체계에서 주임직급의 팀장이 계장직급의 팀원과 함께 교대조를 이끌어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교대팀은 말할 것도 없고, 계장급 조장이 있는 교대팀에서도 미묘한 분위기가 한동안 지속되었다.  이 시기에 자연스럽게 터져나오는 불만에  목소리들은  선출 과정을모두 알고있는 팀장선출위원들의 묵직한 언행으로 누그러뜨릴  있었다. “누구나 팀장이  수는 있지만 아무나 팀장을  수는 없다. “

팀장을 선출하는 형식으로 전환하여 제도를 운영한 지 3년 정도 지난 후에 조직내에 형성된 공감대였다.

 

90년대 중반에 시작된  제도는 20년 이상 지속되면서 같은 울타리안에서도 사업부가 다른 공장들과는 차별화되는 조직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선출제도는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해왔지만 전체 조직원의 의사가 반영된 교대조장이 교대조을 이끌어가는 골격은 불변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리더십개발제도가 되었고, 직위(직급)와 직책이 별개로움직이는 유연성을 모두 체험함으로써 수평적인 소통이 가능한 조직으로 변화되었다고 본다.

 

 

2020년 7월

최준환
DuPont Global Manufacturing SHE - Asia Pacific Region
듀폰코리아(주) 이사 / 전기안전기술사 / 산업안전지도사
010-8559-4121

 

블로그 포스팅 내용은 안전보건환경에 관한 사고사례자료, 기술자료, 업무용 실무자료를 작성하여 배포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내용을 링크하여 사용하는 것은 허용됩니다. 단, 상업적 용도로 활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경우 ulsansafety@naver.com으로 동의를 받아 사용이 가능합니다. 댓글과 공감은 블로거에게 큰 에너지 입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댓글과 공감 부탁드립니다. 포스팅 일부 내용과 삽화 그림은 안전보건공단의 자료가 사용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실시간 소통
SHE실무방 "카카오 오픈 채팅방" 💨  카카오톡 ①번방
💨 카카오톡 ②번방
▷ ulsansafety 개인연락   ulsansafety 개인카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