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듀폰산업안전연구원] |
‘안전제일’, ‘무재해’와 같은 말에 너무 익숙해진 탓인지 듣거나 봐도 별 감흥이 일지 않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업장 곳곳에 안전표지들이 부착되어 있는데도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는 것은 안전표지를 보면서도 그 의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안전보건공단이 2010년부터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입니다”를 내세워 안전문화의 확산을 도모했는데도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는 1,000명 가까운 수준으로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다. 1990년대의 국민도서 “나의 문화유적답사기”에서는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 고 했다. 근로자의 위험예지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한 안전보건공단의 슬로건에서 우리가 놓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문재인정부에서 2018년 초에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2016년도 기준으로 연간 사고 사망자 수를 5년 이내에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적극적인 목표치를 제시했었다. 이 때 자살(13,000명), 교통사고(4,000명)와 함께 집중관리 영역이 된 산업재해(1,000명)는 근로자가 일터에서 사고로 인해 생명을 잃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에 맞춰 2019년부터 안전보건공단 슬로건이 “안전은 권리입니다”로 변경되었다. 일하는 사람은 원·하청, 국적, 성별을 불문하고 안전이 차별없이 누려야 할 권리임을 강조한 것이다. 산업재해에 관한 다양한 지표들 중 국가간 비교에 일반적으로 근로자 만명당 재해자수를 집계하는 산업재해 사고사망 만인율을 사용한다. 2020년 기준으로 미국 0.37, 독일·일본 0.14, 영국 0.03 인데 비해 한국은 0.46으로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매년 근로자 만명당 0.46명이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한다는 뜻이다. 비교국가들은 우리보다 산업화가 50-100년 이상 먼저 시작된 나라로서 그들의 과거와 우리의 오늘을 비교함이 타당해 보이기는 하지만 오늘날의 산업재해율을 놓고 보면 우리가 더 노력해야하는 영역임에는 분명하다. 지난 4년동안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사업장의 안전설비투자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주면서 작업환경개선을 유도했다. 설비, 제도, 교육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자 했다. 그럼에도 2021년 사고사망자가 820여명으로 성과를 보이긴 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법과 제도를 통해 근로자의 안전권을 강조했음에도 그런 결과가 나온 건 우리가 무엇을 놓쳤기 때문일까?
올해부터는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과는 별개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산업안전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작년에 국회에서 산업재해에 관하여 논의할 때. 한 대형 사업장의 대표가 “불안전한 상태(환경)는 안전투자를 통해 바꿀 수 있지만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은 개선하기 상당히 어렵다” 고 하자 국회의원들은 산업재해를 근로자 탓으로 돌리려 한다고 질책했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0조는사업주에게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으로 정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을 이행하도록 했고, 근로자는 이를 따르도록 했다. 사업주는 물론 근로자에게 안전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사업주가 제공한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근로자는 주변상황의 변화에 따른 위험요인들을 제 때 인지할 수 있는 안전의식을 바탕으로 절차대로 안전하게 작업을 수행하면 된다. 모두가 기대하는 모습인 것이다. 그간 우리가 놓쳤던 것이 근로자의 참여, 즉 정부와 사업주의 선제적인 안전조치가 근로자의 적극참여로 완성되는 것,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앞서 대형사업장 대표의 말 대로 불안전한 상태의 개선은 사업주가 먼저 나서야 한다. 그리고 불안전한 행동은 근로자 스스로 먼저 나서야 한다. 최근 3개월 동안 울산지역 사업장에서 발생한 끼임 또는 추락사고 사망사례들을 보면 설비상 결함과는 별개로 근로자가 안전보건규칙에서 명시한 기본적인 안전수칙만이라도 제대로 지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외국계 회사에서는 안전하게 일하는 것이 고용조건의 하나라고 강조한다. 안전작업절차의 준수를 강조한 것이다. 근로자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근로복지가 산업안전일 것이다. 설령 사업주를 대신한 관리감독자의 유해위험방지활동이 미흡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근로자는 작업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산업재해를 겪은 후에 사업주의 부분적인 과실만 탓하기에는 내 생명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근로자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 수행하려는 작업에 내재된 위험요인을 알고 있는지, 안전작업절차를 수행할 역량이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그리고 주어진 작업환경의 안전성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바로 그 최소한의 기준인 것이다. 법령집이 주는 딱딱함을 피하기 위해 안전보건공단에서는 만화형태로 제작하여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위험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내 직무와 관련된 안전기준과 보건기준들을 찾아본다면 위험 예지력이 높아짐으로써 안전작업역량이 강화될 것이다.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근로자의 자발적 참여가 사업주의 선제적인 안전조치를 완성시킴으로써 산업안전 선진국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공부하는 근로자는 무재해라는 최고의 근로복지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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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8
최준환 DuPont Global Manufacturing SHE - Asia Pacific Region 듀폰코리아(주) 이사 / 전기안전기술사 / 산업안전지도사 최준환 울산과학대학교 겸임교수/ 기술사·듀폰산업안전연구원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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