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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조직문화와 산업재해 조사


기업의 조직문화와 산업재해 조사 



지난 5년 동안 국제 화학산업계에서는 ‘듀폰’과 ‘다우케미칼’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진 후 다시 3~4개의 독립된 회사로 분할되는 큰 변화가 있었다. 듀폰이 1802년도, 다우케미칼이 1897년에 설립되었으니 두 회사의 지난 행적은 300년을 훌쩍 넘는다. 이처럼 역사가 오랜큰 조직 2개가 이합·집산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조직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보여준 노력은 매우 인상적이다. 
공정안전관리체계(PSM)에서도 변경관리 부문의 조직 안정성을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음을 볼 때 이 두 회사가 갖는 안전 분야의 평판은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안전 분야에 관한 책들을 보면 듀폰의 사례를 소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듀폰은 프랑스 화약제조업에서 화학자이자 엔지니어로서 기초를 다진 창업주 듀폰의 가족이 1790년대 프랑스 대혁명기의 혼란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 세운 회사다. 흑색화약을 제조하는 공장의 창업주 듀폰이 제품의 위험성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조공정설비의 설계에서 운전절차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이 고려한 것은 ‘안전’이었다.

그렇게 신경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듀폰은 공장 가동 중에 크고 작은 폭발사고를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었다. 듀폰의 안전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뼈아픈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개선하 (Learning the hard way Taught us a better way) 조직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오죽했으면 안전·보건·환경 원칙에 ‘사고는 제때 보고되어야 하고, 발생원인을 조사한 후 교훈들을 널리 공유해야 한다’고 했을까.

오늘날 총 10가지 사항을 명시하고 있는 듀폰의 안전·보건·환경 원칙을 들여다보면 ‘모든 상해와 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고 단정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또한 ‘안전한 방법으로 일하는 것은 고용조건의 하나’라는 항목도 눈길을 끈다. 이런 안전 원칙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창업 이후 150여 년간 실제경험이 하나씩 하나씩 쌓여 1950년대 이후 정립된 개념들이다.

많은 회사들이 안전에 관한 뭔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듀폰 울산공장을 찾는다. 업종이 다른 회사에서도 ‘제조업 영역의 안전관리’라는 공통점 때문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사고조사 후 사고 당사자의 징계에 대해서도 궁금해 한다. 사고조사는 사고 발생 직후 현장 보존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물증과 자료, 근무자와 목격자의 증언 등을 제대로 확보한다면 사고의 진행과정을 비교적 충실하게 재현할 수 있어 원인에 근접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고 당사자의 진술이 기억의 불확실성으로 어긋나거나 또는 운전 중의 실수를 감추기 위한 의도적인 은폐라도 더해지면 확보된 당시의 정황자료와 상충돼 자칫 결과가 왜곡되거나 사고조사가 길어질 수 있다. 듀폰에서는 사고조사 기법을 교육하면서 ‘사고조사의 목적’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작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물적 손실과 함께 가벼운 상해에서부터 사망까지 다양한 유형의 피해를 직원이 직접 입게 된다. 여기서 상해의 피해자는 ‘나’가 될 수도 있고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가 될 수도 있다. 사고조사의 목적이 재발 방지라면 그 수혜자는 ‘나’와 ‘나의 동료’일 수 있다. 즉 사고조사에서는 나와 나의 동료를 위해 당시의 상황을 사실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사고의 본질에 따른 당사자의 징계 여부는 부차적인 요소일 뿐이다.

사고조사 기법의 교육과 함께 해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교육하는 것은 회사의 핵심가치이고, 그 중에 ‘최고수준의 윤리적 행동(Highest Ethical Behavior)’이 있다. 이런 노력이 쌓이고 쌓여 이제 직원들은 사고조사 과정에서 의도적 은폐를 시도하면 사고 유발 행위 자체보다 핵심가치 위반으로 당사자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생각한다. 관리절차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측에서 조합원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징계조치에 이견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유사사고의 재발 최소화를 위해 확립된 절차를 무력화시킴으로써 다른 시간대에 다른 장소에서 발생하는 유사사고로 인해 또 다른 조합원들이 상해를 입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사고조사는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도, 징계가 목적이 되어서도 안 된다. 오직 원인규명 그 자체에 충실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사고조사에서 원칙과 일관성, 그리고 지속성을 보인다면 징계 그 자체가 갈등의 소지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고는 불행한 일이지만, 사고를 통해 얻은 교훈을 실천에 옮겨 더 안전한 사업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학습조직이 되어야 한다. 조직의 전 구성원들이 사고조사의 목적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고조사의 기술적 역량을 꾸준히 키워가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사고조사에 참여하고 기여함을 보람으로 생각하는 조직문화를 배양해보도록 하자.



최준환 듀폰코리아(주) 아태지역 안전부문 전기안전기술사·산업안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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